2013년 7월 31일 수요일

Snowpiercer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축약판, 설국열차(Snowpiercer)

스노우 피어서는 말 그대로 쇄빙열차를 말하며 또한 송곳같이 생긴 설국열차의 외관을 의미하기도 한다. 광고에서 말한 기차에서 칸으로 나누어진 계급에 대한 투쟁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도구일 뿐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도구를 통해 보다 더 깊은 내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부풀려서 해석하자면 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이 될 수도 있으며, 국가란 시스템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은 주인공 커티스에게, 답은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커티스는 설국열차의 아이러니함을 경험하는 혼돈의 중심이 될 인물로 그려지는데,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에 대해선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자.

관람 포인트는 인류 종말의 시대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설국열차의 묘사가 단순히 이 SF영화의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열차의 중심에 있는 물, 그리고 바퀴벌레를 갈아 만든 프로틴바(양갱같이 생겼다). 가장 머리칸에 있는 엔진의 상징성은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핵심 구조들이다. 말그대로 순수(pure)한 엔진은 많은 부품속에 인간이 위치해야하는 불완전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설국열차의 강력함은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미려하게 그려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서도 아직 봉준호의 색이 느껴지며, 그 속에서 송강호는 여전히 봉준호의 페르소나로서의 키(key)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화려한 캐스팅에서도 명배우 존 허트와 에드 헤리스는 아우라를 펼치며 설국열차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이런 부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은데, 바로 느린 호흡이다. 헐리우드 스타일의 빠른 호흡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이 이 느린 호흡의 영화를 견뎌낼 수 있을까? 또한 설국열차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괴물’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다. 실제로 평단과 영화 마니아 층 관객들의 만족과 달리 주변의 평가는 그 반대점에 있었다. 또한 제이미벨, 옥타비아 스팬서의 좋은 배우들을 말그대로 소모해렸으며 주인공인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크리스 에반스의 원맨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야기의 초점은 커티스에게 맞춰져있다. 하지만 그 모순과 괴리 사이에서 혼란을 표현해야하는 그의 연기는 설국열차의 가장 아쉬운 점이 되었다.

이러한 장단점을 갖고 있는 설국열차에 대해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내 감독이 만든 SF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SF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설국열차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상적인 장면
빙하기가 되어버린 풍경을 보며 흑인이 만들어 주는 초밥을 먹는 장면.
서로 대치하며 땀방울이 흐르는 긴박한 장면에서 복면을 쓴 장정들이 해피뉴이어를 외치며 축하하는 아이러니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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