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Skyfall


007 50주년 기념작이자 새로운 007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인트로 액션씬은 다니엘 크레이그와 역시 잘 어울리는 터프하고 긴박감 넘치는 몰입을 보여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퀀텀 오브 솔러스"의 인트로에 아직까지는 손을 들어주고 싶다.
스카이폴은 과거 007의 팬이라면 향수를 듬뿍 느낄만한 영화다. 초반에 M이 타는 재규어를 본드가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애스턴 마틴은 왜 안나오는거얏!" 하고 불만을 가질 때 쯤, DB-5의 등장으로 "우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엔딩부분 스카이폴 저택을 통해 본드의 과거사를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저택을 폭파시켜 향수와 악몽을 동시에 날리며 새로운 본드의 도약을 상징한다.
샘 멘데스가 언급했듯이 다크나이트에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있는데, 후반부의 스코틀랜드 전경의 파노라마샷은 다크나이트의 헬기에서 찍은 도시전경씬과 흡사한 느낌을 주었고, 본드의 대사 "Storm's coming"은 대놓고 그 느낌을 가져왔다.

새로운 M, Q, 테너, 머니페니의 조합은 앞으로 "퀀텀"을 캐는 팀 플레이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며, 과거 본드의 원맨쇼에서 과연 미션임파서블의 팀 플레이로 갈 것인지의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을 갖게 된다. 주디덴치 as M의 퇴장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웠는데 새로운 랄프파인즈 as M은 그 빈자리를 100% 채워주는 느낌은 아니었다. 

또 아쉬웠던 점은 하비에르 바르뎀의 조커화가 안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다크나이트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이며 조커와는 전혀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지만, 치밀하고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주는 복수에 비해 동기가 다소 미흡하지않나 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와 함께 M에 대한 집착과 사랑, 애증이 뒤섞인 감정의 대조를 보이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카지노로얄에서 이미 새로운 본드시리즈의 리부트를 한 상황에서, 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때에 나오는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퀀텀조직을 쫒는 내용을 잠시 끊고, 과거의 007을 돌아보고 미래의 007을 암시하는 부자연스러운 전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더라도 이런 이유로 트집을 잡는 것이 힘들만큼 영화는 너무나 잘 만들어졌다.

두서없이 소감을 마구 늘어놨는데, M의 죽음에 따른 본드의 눈물, 잉글랜드에 대한 본드의 애국심 고취,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상승한 감독 샘 멘데스의 신용등급은 007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게 만든다.

★★★★☆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Prometheus


오랜만에 즐긴 리들리 스콧의 SF.
에일리언1편의 우주선과 스페이스쟈키가 앉아있는 조종석 등 에일리언 팬보이라면 좋아할 요소가 듬뿍 담겨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에이리언과는 조금 떨어진 "엔지니어"에게 집중되어 있다. 후반부에 나오는 데이빗과 웨이랜드, 그리고 엔지니어, 이 셋의 조우 장면은 꽤나 인상깊다. 창조주와 피조물로 이어져 있는 3대(?)라고 표현해야 할까?
영화 감상 후에는 후속작의 기대가 매우 증폭되었는데, 왜 엔지니어는 피조물을 다시 몰살시키려했으며, 마지막에 나오는 삼엽충(페이스허거같은 역할을 하며 숙주의 몸에 생명체를 잉태시킨다)과 엔지니어의 결합으로 나오는 "디콘"의 후속편에서의 역할이 궁금해진다.
이 "디콘"은 에이리언보다 말끔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페이스허거와 인간의 피조물인 에이리언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리들리 스콧의 설정능력은 워낙 잘 알려져 있으니 굳이 설명해야할 필요성을 못느끼겠다.
연기자들의 평을 해보자면 단연 데이빗을 연기한 패스밴더가 눈에 띄였다. 사이보그의 느낌을 이 이상 잘 살릴 수 있을까 싶다.

Take This Waltz


우리도 사랑일까
이 영화는 우리가 사랑에 있는 과정에서 다른 사랑에 흔들리는 심정을 잘 그리고 있다. 사랑이란게 무엇일까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사랑의 정의가 문제가 아닌 자신이 그리는 사랑의 이상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설렘이 있는 사랑을 원하거나, 아니면 안정적인 변함없는 사랑을 원하거나... 하지만 그에 대한 답도 없으며, 또한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도 평생 못찾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우선 이 영화에서의 답을 보자면 결국엔 사랑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며 후회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이 동물적으로 매력적인 이성에 끌리는 것은 죄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런 감성적 충동으로만 살아가며 이성을 제어할 수 없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는 모르겠다.

영화적인 감상을 해보자면 우선 미쉘윌리암스와 세스로건의 감정연기가 매우 좋으며 관객으로부터 동감을 이끌어 낸다. 마고가 다니엘에게 간 후에 벌어지는 섹스신은 판타지적 느낌을 풍기며 꿈 자체로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다이나믹한 섹스는 점차 그 전의 사랑처럼 정적인 사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나 판타지를 꿈꾼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현실과는 항상 거리가 있다.
육체적 교감은 사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긴 하지만 절대 그것만으로 완벽해 질 수 없으며 정신적 교감이 더해진다고 해도 완벽해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심적상태가 영화에 몰입하기 매우 힘든상황에서 감상했는데도 이 정도 흡입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한번 더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사라 폴리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광해


이병헌의 첫 사극연기.
이병헌의 연기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걸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광해의 느낌은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어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조연들은 튀지 않고 이병헌을 잘 받쳐주는 역할을 하며, 자잘한 웃음과 함께 이야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끈다.
굳이 아쉬운점을 꼽자면 전형적인 헐리우드식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중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는 이만한 것이 없겠지만,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예측이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랄까?
하지만 전체적인 탄탄한 구성과 연기로 그런 아쉬운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가볍게 영화를 즐기며 웃다가 울다가 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광해다.

★★★☆

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Searching for Sugar Man



두번째 시네마톡 with 신지혜 아나운서

시놉시스만 읽고 사전 정보없이 오랜만에 구로CGV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칭 포 슈가맨은 어메이징한 다큐멘터리였다.

초반에는 흡입력 없는 밋밋한 진행을 보여주지만 중반부터 두근두근하는 감정과 설레임, 그리고 감동을 준다.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는 눈가에 눈물이 고일정도로 내면에서 찡한 뜨거움이 느껴졌다. 연민의 눈물도 아니었으며 동감의 눈물도 아니었다. 순수한 감동의 눈물이라고 해야할까?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진정성 있는 목소리의 합인 그의 음악은 그런 감동을 더욱 배가시켰다.

다큐지만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이 어메이징한 스토리는 말릭 벤젤룰의 담담한 전개를 통해 반대로 더욱 극적인 감동을 준다. 미국에서는 6장정도밖에 팔리지 않은 속히 망한 로드리게즈의 앨범이 어떻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하프밀리언셀러가 되었고 앨비스프레슬리, 비틀즈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을까?

그는 영화의 앞선 소문과 달리 매우 검소한 인물로 남들이 꺼려하는 몸을 쓰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음악을 할 때는 음악에 최선을 다하는 집중력이 있는 사람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그저 작은 한 존재인 그는 지구 반대편 남아공에서는 수퍼 스타다. 넬슨 만델라 이전 남아공에서의 그의 노래는 자유이자 저항, 혁명을 상징했다.

하지만 그는 그 두 삶을 모두 존중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물질욕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로드리게즈를 통해 부정된다. 그는 결과가 중심이 되있는 이 사회에서 과정의 행복을 보여주는 존재, 그 자체인 것이다.

막노동을 하면서 그는 턱시도를 입으며, 자식들에게는 도서관, 미술관, 음악회에 데려가며 “가치”를 가르친다. 그의 그런 일관성 된 인생의 자세와 순수함이 관객에게 감동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시네마톡>

역시 이번에도 상당히 높은 견해를 가진 일반관객들의 논평을 들으며 또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감상평을 해준 어떤 남성분은 집에 로드리게즈의 앨범이 있다고 하며 세렌디피티를 언급하였다. 글을 쓴다는 그 남성분은, 예술가들은 성공에 목표를 두고 하는 것이 아닌, 가난할지라도 그 창작 활동 자체에서 만족을 얻고 행복감을 얻는다고 하였다. 

마지막에 감상평을 해준 여성분은 상당히 높은 해석과 언변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감상평을 단어로 간단히 “관조”라고 평했다. 말 그대로 이 영화는 로드리게즈의 삶 자체를 크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의 순수성을 존중하며 왠만해선 그를 클로즈업샷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주변 배경과 어우러지는 익스트림 롱샷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신성화 되어지는 것 같기도하다.


★★★★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Person of Interest


우리나라말로 해석하면 '요주의인물' 정도 되려나?
블루레이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정식발매가 되어서 한번 구매해 본 이 작품은 의외의 상당한 만족도를 선사했다. J.J 에이브람스가 제작하고 조나단 놀란의 각본참여로 떡밥이 난무하고 짜임새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시스템은 우리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하고 감시하며, 세상에서 곧 죽임을 당할 사람의 사회회보장번호를 제공한다. 그 것을 통해 리스와 해롤드는 그 사람들을 지키려 노력하는데, 그 와중에 여러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기나긴 드라마라서 감상평을 쓰기가 상당히 어렵다.
아무튼 재미는 보장!

★★★★

2012년 10월 5일 금요일

A Separation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어쩌면 우리와 밀접한 소재인 이혼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그 이혼의 배경에 이민이라는 갈등이 있고 그것을 시작으로 일이 커지기 시작한다. 부모 사이에 끼어 화해를 도모하던 딸도 결국엔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또한 거짓을 배운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변화가 상당히 리얼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매우 좋았다. 이란의 종교와 우리와는 다른 배경 또한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영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한번 더 깨달은 것은, 모든 갈등에서는 한 쪽에서 감정적 지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양 쪽 모두 가능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풀어나간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한명만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축복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정말 작은 문제들이 모이고 쌓여서 정말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작품이다.

★★★★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The Grey


간단한 서바이벌물이 아닌 남자들의 삶의 끈에 관한 얘기다.
이야기의 전개는 그다지 친절한 편은 아닌데 서바이벌물로 보자면 구성의 꼼꼼하지 못함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 디아즈의 포기와 그를 납득하는 동료들, 그리고 마지막 씬에서 오트웨이의 포기와 생존을 위한 사투로의 이동을 통해 더 그레이는 그저 단순한 생존극이 아닌 남자들의 인생을 이야기 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그레이의 무엇보다 좋은 점은 근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리암 니슨의 연기다. 상당한 몰입감을 이끌어내는데 늑대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대조를 이루며, 지루하기보다는 감정의 호흡적인 측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설득력이 떨어지고 등장인물의 의미없는 소모가 아쉽다. 늑대라는 소재를 통해 기대하던 단순한 생존극과는 다른 영화일테지만, 감독이 이야기 하려는 바에서도 한계가 보인 작품이다.


Once more into the fray.
Into the last good fight I'll ever know.
Live and die on this day.
Live and die on this day